계피는 세계 3대 향신료 중 하나로 꼽히는 귀한 식재료입니다. 후추, 정향과 어깨를 나란히 하죠. 계피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는데요, 무려 기원전 4000년경부터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드는 방부제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계피가 인류 문명과 함께 해온 셈이죠.
계피 하면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독특한 맛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맛과 상쾌한 향 덕분에 계피는 요리와 음료에 두루 활용됩니다. 시원한 수정과부터 한약재에 이르기까지 계피의 쓰임새는 실로 다양하죠. 심지어 콜라의 주재료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계피는 부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계피 나무의 껍질은 주로 뜨거운 음료나 피클, 절임 등을 만들 때 첨가하는 반면, 계피 가루는 빵이나 케이크 같은 베이커리 제품에 들어가죠. 가루 형태로 가공하면 계피 특유의 풍미를 더욱 부드럽고 은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피의 역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계피는 아주 값진 약재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심지어 구약성경에도 계피가 등장할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되었죠.
당시 이집트에서 계피는 매우 고가의 상품이어서 귀족들 사이에서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계피가 이처럼 각광을 받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계피에는 건강에 좋은 성분들이 풍부하기 때문인데요. 이 글에서는 그 효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계피 효능
1. 혈당 조절
현대인의 주요 건강 위협 요인 중 하나는 당뇨병입니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의 기능 저하로 혈중 포도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손상과 신경 장애를 일으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가운데 계피는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계피의 주요 생리활성 물질인 MHCP는 인슐린 수용체의 활성을 높여 포도당의 세포 내 흡수를 촉진시키고, 간에서의 포도당 신합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계피에 풍부한 폴리페놀은 소장에서 탄수화물 분해 효소의 활성을 저해해 식후 혈당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는 데 기여합니다.
실제로 파키스탄 카라치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6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계피 가루를 40일간 섭취하게 한 결과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이 각각 18~29% 감소했고, 총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 수치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
활성산소는 노화와 각종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힙니다. 체내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면 세포와 조직에 산화적 스트레스를 일으키는데, 이는 염증 반응을 촉발시켜 동맥경화, 심혈관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 몸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그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충분한 항산화 물질의 공급이 필요합니다. 계피는 플라보노이드, 페놀산 등의 폴리페놀 화합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우수한 항산화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들 성분들은 활성산소와 반응하여 산화적 손상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DNA 손상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COX-2, iNOS와 같은 염증 유발 인자의 생성을 억제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만성 염증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치매 및 인지 기능 개선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2020년 기준 83만 명에 달하며, 2050년에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를 넘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기에 예방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피는 뇌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계피의 주요 생리활성 물질인 신남알데하이드는 치매 유발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독성으로부터 뇌 세포를 보호하고, 계피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은 뇌 조직의 산화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 도쿄대학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유발한 쥐에게 계피 추출물을 투여하자 학습 및 기억 능력이 향상되었고, 뇌 해마 부위의 베타 아밀로이드의 침착이 감소한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4. 심혈관 건강 증진
계피는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개선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계피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고, 담즙산의 재흡수를 방해함으로써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여기에 계피의 폴리페놀 성분은 콜레스테롤 합성 저해와 항산화 작용을 통해 동맥경화 예방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계피에 함유된 신남산 같은 경우에는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고 혈류를 원활히 하는 동시에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볼티모어의 매릴랜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60명의 고혈압 및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3g의 계피 가루를 12주간 섭취하게 한 결과 수축기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이 각각 5.39mmHg 27.2mg/dL 감소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4.8mg/dL 증가했다고 합니다.
5. 소화 기능 개선
현대인들은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위장 건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만성 위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등은 단순히 소화 기능의 문제를 넘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기도 하죠.
계피는 예로부터 소화 불량, 복부 팽만감, 구토, 설사 등의 위장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계피에 들어있는 신남알데하이드와 유제놀 등의 생리활성 물질들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를 돕고,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계피의 항균 작용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같은 위장관 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여 위염, 소화성 궤양의 예방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구진은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126명을 대상으로 계피 추출물을 4주간 섭취하게 한 결과 대조군 대비 복부 팽만감, 조기 포만감, 상복부 통증 등의 증상 점수가 유의하게 감소했고, 삶의 질 지표는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피 부작용
계피는 건강에 이로운 식품이지만, 장기간 과다 섭취 시에는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계피의 주성분인 쿠마린은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간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인데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체중 kg당 0.1mg 이하의 쿠마린 섭취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성인 기준으로 보면, 하루 2~4g 정도의 계피 가루 섭취는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기간 다량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계피는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가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면서 계피를 섭취할 경우 저혈당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수술을 앞둔 경우에도 계피의 항응고 작용이 출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수술 전후로는 계피 섭취를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신부의 경우 계피의 자궁 수축 촉진 작용으로 인해 유산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 후 섭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건강식품을 비롯한 모든 식품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체질에 따라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계피가 가진 건강상의 이점을 누리되, 주의사항을 숙지하여 안전하게 섭취한다면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 University of Michigan Health System: Cinnamon
- WebMD: Cinnamon
- Weekly World News: Cinnamon Cures